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4년 8월 6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제공.


“우리는 미국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대신 회복해 주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1979년 12·12 쿠데타 이후 군사 독재에 대해 묵인하거나 지지해 온 태도를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유로운 언론, 자유로운 표현,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국민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와 체제를 명확히 지지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 시기인 1984년 8월6일 에드워드 케네디 당시 미국 상원의원에게 보낸 입장문 ‘기로에 선 한국의 민주주의: 나의 견해와 제안’(한국인권문제연구소 소식지)의 내용 중

일부다.      김 전 대통령은 케네디 의원에게 보낸 서한문에 “제가 ‘기로에 선 한국의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전망에 관해 쓴 글을 동봉했다”며

“한국 관련 사안에 자료가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당시 케네디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도모히토 시노다 일본 국제대 교수는 지난 4월 김 전 대통령이 케네디 의원에게 보낸 서한문, 서한문에 동봉된 소식지와 미 유력 신문의 관련 기사 등을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 기증했다.       기념관은 사료 평가 작업을 거친 뒤 6·15 남북정상회담 26주년 하루 전인 14일 공개했다.



1984년 4월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소식지 ‘행동하는 양심’에 실린 입장문 ‘기로에 선 한국의 운명 : 나의 견해와 제안’.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제공

미국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 국민에게도 민주주의를 호소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민주주의는 우리의 신념과 노력, 그리고 희생을 통해 쟁취해야 할 결실이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며 “반드시 대가가 따르며, 그 대가는 민주주의의 주인인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다.

이번에 공개된 입장문은 김 전 대통령이 귀국한 후 ‘김대중 정치’를 내다볼 수 있는 선언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김 전 대통령은 “나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어떠한 형태의 회담이든 환영한다”며 “

그러나 남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일본·중국·소련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들이 직접적 회담의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이들의 협력 없이는 회담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시킨 국제공조의 틀을 제시했다.



1984년 6월 2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카고 트리뷴 기고문 ‘한국의 민주세력을 지지하자’.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 제공


지방자치를 ‘균형발전’의 개념으로 접근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전체 인구의 25%인 약 1천만명과 유통화폐의 70% 정도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며 “이러한 불균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전두환 정권이 내세우는 국가안보마저 심각하게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3년간 박정희 및 전두환 정권에서 지방자치가 중단된 이유는 독재정권이 효과적인 억압을 통해

국민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시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며 “조속한 지방자치의 복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인 1990년 ‘3당 합당’으로 지방자치제가 연기되자 같은 해 10월, 13일간의 ‘처음이자 마지막 단식’을 통해 지방자치제 실시를 관철해냈다.


1984년 5월 26일 보스턴 글로브 기사 ‘남한의 탄압정권에 대한 미국의 무비판적 지지’(샌퍼드 J. 웅가로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제공

김 전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15개월 전 미국에 도착한 뒤 미국의 한국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 언론, 학계, 종교계, 인권단체들과 접촉해왔다”며

“나의 관심은 개인적 정치적 미래에 있지 않고, 내가 맡은 미국 내 사명을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지속할 것인가에 있다”고 했다.

연세대김대중도서관 장신기 박사는 “망명 시기 김대중 선생은 한국의 민주 회복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미국의 주요 인사들을 향한 설득 작업, 여론 조성 작업을 했다”며

“이 자료들은 이것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1984년 4월 22일 에드윈 거스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편집장의 리뷰 & 오피니언, ‘김대중 : 자유를 아는 용감한 인물’.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