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장동혁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다가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계엄과 탄핵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혁신 없이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의 패배는 예견된 결과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유의미한 승리로 참패 속에 반색하지만 여기에 당 지도부의 역할과 지분은 없었다.

후보 개인기와 권력 집중에 대한 민심의 견제와 균형 심리가 보수야당의 대참패를 그나마 막았다고 보는 게 옳다.

국민의힘은 3일 치러진 광역단체장(16곳) 및 재·보궐(14곳) 선거에서 각각 4곳씩 총 8곳에서 승리했다.

범보수인 한동훈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이른바 '명픽'과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당선된 부산 북갑까지 합쳐야 총 9곳이다.

참패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은 후보와 차기 여권 대선 주자로 거론된 후보를 꺾어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막판 역전 드라마는 승리 같지 않은 지방선거로 여겨질 만큼 더불어민주당엔 타격이 크다.

대참패 상황을 딛고 이런 선전이 있었다고 해서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 성과로 포장하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실시돼 정권 중간평가라는 무게감이 있었지만 지도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장 대표는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둔해 민의를 배반했다.

이어 한 전 대표를 제거해 당내 분열을 키우더니 급기야 후보들로부터 사실상 퇴진을 요구받는 등 선거 내내 외면당했다.

평택을 보궐선거에서 생환한 유의동 당선자는 장 대표가 "거취 고민을 할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선거 다음 날 "주어진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지도부 사퇴론을 일축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장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여전히 자리를 고집한다면 당내 분열만 부추길 따름이다.

그나마 집권여당 독주에 견제구를 던져줘 보수야당의 살길을 열어준 민심을 크게 오독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의 미래는 지도부 교체와 함께 당내 통합에 달려 있다. 그게 쇄신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