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 한번 만져보지 않았던 초보 바느질꾼들이 모여 무엇이든 뚝딱 고치고 만들어내는 ‘마을의 맥가이버’로 거듭났다.
전남광주시 서구 금당초등학교 학부모 7명으로 이뤄진 재활용·리폼 동아리 ‘폼생폼사’는 지난해 3월 첫발을 내딛었다.
이름처럼 ‘리폼에 죽고 리폼에 산다’는 패기로 뭉쳤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재봉틀을 다룰 줄 아는 회원이 단 한 명도 없어 A4 용지에 직선 박음질 연습을 하는 기초 과정부터 익혀나가야 했다. 전문 공방을 찾아다니며 실력을 쌓은 결과 지난해 말 회원 전원이 수선자격증을 취득하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서(여·42) 씨는 “회원들이 비슷한 연령대이고 경력단절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져 더욱 깊은 소속감을 느끼며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력이 쌓이자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마을과 환경으로 향했다.
버려지는 폐현수막 끈을 활용해 텀블러 가방 손잡이를 만들고 안 입는 청바지를 동전지갑이나 반려견 배변 주머니로 재탄생시켰다. 환절기에는 아이들이 못 입는 옷을 가져오면 직접 만든 스카프 100개를 증정하는 환경 캠페인도 진행했다. 당시 학교 축제에서 폐자원 리폼 작품을 전시하자, 아이들은 버려진 현수막이 가방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며 구매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큰 관심과 호응을 보였다.
엄마들의 손끝에서 일어난 변화는 자녀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늘어진 티셔츠에 고무줄을 넣어 감쪽같이 새 옷으로 고쳐내거나 우산, 필통 등을 뚝딱 만들어내는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엄마가 만든게 진짜 명품”이라며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회원들이 직접 파자마 잠옷을 제작해 입히고 7개 가정이 다 함께 여수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원단이나 천만 보면 무엇이든 고치거나 만들 수 없을지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다만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해 만든 물건이 또다시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실용적인 활용법을 늘 고심하고 있죠. 우리 동아리가 지역사회 전반에 자원순환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예산 400만 원을 지원받아 한층 체계적이고 폭넓은 활동을 펼친다.
6월부터는 서구에 출생신고를 마친 가정을 위해 고급 오가닉 원단으로 직접 만든 턱받이와 기저귀 파우치를 전달하고 있다. 또 어르신 인구 비중이 높은 풍암동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인근 시니어센터와 연계한 곡물찜질팩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공원이 많은 동네 환경에 맞춰 청바지 리폼 배변 주머니를 자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양심함’을 설치하고, 지역 카페에서 기증받은 커피자루와 폐현수막을 활용해 마을 축제용 돗자리를 제작하는 자원순환 캠페인도 9~10월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