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란’ 이동현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생태교육이다. 미실란을 찾은 유치원생들이 자신들이 심은 모가 자라고 있는 논을 찾았다.

“와, 정말 많이 자랐어.”

논에 도착한 유치원 아이들은 자신들이 심은 모가 훌쩍 자란 모습에 탄성을 질렀다. 신발을 벗고 논에 들어간 아이들은 물방개 등을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파란 하늘 아래 쏟아지는 웃음 소리, 초록빛 논, 황토 논두렁과 허수아비가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아이들 곁에는 ‘농부 과학자’ 이동현 농업회사 법인 ‘미실란’ 대표가 있었다.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겠다는 말에 그는 “너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돌아간 후 이 대표와 논을 바라보고 들어 선 미실란 카페 ‘씨앗의 마음’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눈이 자꾸만 논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황금들녘도 좋지만 막 벼가 익어가는 때가 가장 예쁘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려면 모내기도 해보고 논에 들어가 다른 생물도 관찰하고 그래야죠. 가을엔 추수체험을 할거에요. 모가 쌀이 되고, 밥이 돼 우리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을 알게되겠죠. 논에서 생명이 살아가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인식시켜주면 나중에 어른이 돼 생명을 파괴하는 일을 앞서서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곡성 아이들이 대도시 아이들과는 다른 지문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아이들이 나중에 생태학자나 과학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난 2019년 유엔 식량농업기구 선정 모범 농민상을 수상한 이동현(왼쪽 두번째) 대표..

◇곡성 폐교에 심은 ‘농부 과학자’의 꿈

미실란은 언젠가 한번은 취재해 보고 싶은 곳이었다. 시작은 밥집이었다. 오래 전, 직접 재배한 쌀로 지은 오색현미밥으로 만든 ‘건강 밥상’으로 소문이 난 곡성 폐교의 식당 ‘밥카페 반(飯)하다’를 찾았고, ‘논 뷰’가 인상적인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시간이 흘러 김탁환 소설가가 이 곳에 둥지를 틀었고, 책방 오픈 소식이 들렸다. 작은들판음악제를 열고 영화제를 개최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나를 돌보고, 들녘을 돌보고, 마을을 돌보고, 지구를 돌보는’ 미실란은 어떤 곳일까 갈수록 궁금해졌다.

마침 이동현 대표가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농부와 소설가가 심은 한 알의 진심’(해냄)을 펴냈다. 지난 2020년 이 대표와 미실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펴낸 김탁환 소설가와 함께 썼다. 기후위기 시대 자연과 공존하는 농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기록한 농사일기이자 미실란 20년을 돌아본 책이다.

2005년 폐교 곡성동초등학교에 문을 연 미실란은 수십종의 벼를 재배하며 20여년 동안 유기농 발아현미와 친환경 곡물 가공식품을 연구·생산하는 농업회사 법인이다. ‘먹는 음식과 약은 근본 뿌리가 같다는 뜻의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정신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희망의 열매를 꽃 피우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은 ‘미실란(美實蘭)’은 ‘문화를 꽃피우는 기업’이기도 하다. 김탁환 작가는 책에서 미실란을 “지금까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협업과 연대의 꿈을 현실로 바꾸는 회사”라고 적었다.

고흥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국립순천대 농생물학과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선발돼 규슈대학 대학원에서 생물자원관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 대신, 현장을 택한 이 대표는 대산농촌문화상(2015), 유엔 식량농업기구 모범농민상(2019), 일가상 농업부문(2024)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미실란 복도에는 첫 해 이 대표가 심은 278개 품종의 벼 낱알이 담긴 유리병이 전시돼 있다. 오랜 연구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보통 30여종 정도를 키우고 올해는 24종을 심었다. 초창기 2만1000평까지 짓기도 했던 논농사는 현재 5000여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는 미실란이 20주년을 맞는 해여서 의미가 컸다.

“생각보다 인지도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처음 꿈꿨던 대부분은 이뤄가고 있는 듯합니다. 친환경 생태농업을 하겠다는 약속, 농민들과 더불어 가겠다는 약속을 지켜왔어요. 또 이 작은 농기업이 사라지지 않고 젊은 청년들과 함께하는 걸 꿈꿨는데 청년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지켜주는 게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성장한 것 같습니다. 나름 인정도 받고요. 생태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교육과 판매 등을 통해 미실란이 작지만 지역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